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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CM과 장기하
작성자 : ccmlove (ccmlove) 작성일 : 2009-06-30 

나이들어 꽤 오랜 시간 듣지 않던 한국 가요를 열심히 듣고 있다. 물론 그 시발점은 뒤늦게 아이팟 클래식을 구입했던 이유이기도 하고 또 한가지는 인디음악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홍대신의 인디음악이 주목받는 것은 나만의 발견이 아니라 최근의 추세라고 볼 수 있을텐데 그 음악들을 실제로 듣기 이전에는 내 안에 선입견이 존재했던 것 같다. 예전에 살짝살짝 인디음악의 모습을 엿보면서 주로 하드코어 락뮤직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걸 볼 수 있었고 아무런 제약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인디음악의 속성상, 자의식이 강하게 묻어나는 그들의 음악이 나같은 일반인들에게는 소통의 어려움으로 다가오리라는 선입견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듣게 된 인디음악들은 나에게 있어서 소녀시대, 원더걸스, 빅뱅보다도 훨씬 강력한 대중성을 가지고 있었고 내 취향을 만족시켜줄만큼 다양성을 갖고 있었다. 이들의 음악은 상업적인 가치로 형성된 일반가요에 비해 기본적으로 '진정성'을 당연히 가지고 있었고 뮤직비디오보다 라이브공연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거의 완벽히 재연 가능한 '현실성'과 듣는 이와의 직접적인 '소통성'이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왔다. 대세라고 불리우는 장기하와 얼굴들을 비롯해, 이지형, 오지은, 디어 클라우드, 요조,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CCM 음반은 거의 구입하지 않으면서 사모은 인디앨범만 십여장이 넘어가는데, 구입했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CD를 손에 들고 이렇게 즐거운 느낌이 들어보긴 참으로 오랜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잘 알려진바와 같이 장기하와 얼굴들의 첫 번째 싱글 [싸구려커피]는 TV프로를 도배하는 아이돌가수들의 앨범이 4, 5만장 판매되는 요즈음, 판매량이 만장을 넘어설만큼 주목을 받고 있는데 더 특이한 점은 이 앨범의 판매경로가 전국 규모의 판매망을 통해서가 아니라 인디앨범을 판매하는 몇 군데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판매를 통해서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싸구려커피]의 제작사인 붕가붕가레코드는 '수공업소형음반'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갖고 만장이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컴퓨터로 구운 씨디알판을 종이케이스에 넣고 스티커를 붙여 만든 수제품을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단가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이유 이전에 이 레이블은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라는 슬로건 아래 자기가 원하는 음악을 추구할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열악한 환경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듯 했다.

또 한 명의 인디뮤지션 중에 오지은이라는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있다. 노래를 만들었고 그런 곡들이 쌓여서 앨범을 만들어야 했다는 그녀는 방에서 기타치면서 노래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소수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앨범 판매를 위한 제작비를 선입금 방식으로 모집해서 앨범을 만들었다. 홈피를 통해 예산내역을 공개한 바에 의하면 총 59명에 의해 1,842,815원과 8달러가 모금되었고 총 제작비 206만원이라는 엄청나게 저렴한 비용으로 앨범이 제작되었다. 어차피 자신을 알아줄 기획사가 없다면 직접 레이블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사운드니에바라는 회사를 만들고 홈피를 통해 직접 판매를 해 3천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는데 이 앨범은 이후에 더 큰 규모의 레코드사와 계약하여 일반 경로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자, 이제 우리 CCM으로 돌아와 본다. 무얼 생각할 수 있을까. 그들은 훌륭한 뮤지션이니까 그런가보지... 라고 끝맺음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천재적인 뮤지션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리고 뜻밖의 성공을 거둔 이들 외에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채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도 많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이들의 '에너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음악에의 열정... 그렇다. 자신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애정, 자부심 등등... 그런 에너지가 엄청나게 열악한 환경 가운데서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올 수 있게 한 것 같고 또 지금도 그런 열정 때문에 더 편한 길, 더 성공 가능한 상황으로 타협하며 달려가기를 거절하고 열악한 자리에 남아 내 갈 길을 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CCM은 어떠한가. 비난할 것은 없지만 속성상 조금 차이가 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고 그 분의 진리가 세워지도록 하기 위해 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 결심과 소명감은 분명 우리 자신의 것을 뛰어넘는 영역의 것이리라. "주의 인자하심이 생명보다 나으므로 내 입술이 주를 찬양할 것이라"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한계상황에 부딪힐 때... 나 자신에게서도 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자꾸 '본전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무언가 자신의 헌신이 남을 위해 하는 듯이, 하나님을 위해서 스스로 희생하고 있다고 여기는... 아주 얇은 의식이지만 매우 마음 깊은 근본적인 부분에 깔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역을 하면서 조금만 어려움이 생겨도 '주님, 주님을 위해 열심히 하려고 하는 저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하십니까'라는 식의 생각과 말(심지어 기도!!)을 하고 있는 게 - 물론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한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점이 있지만 - 뭔가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게 정말 극한의 상황, 생사의 문제라든가 사역의 존폐의 문제라면 정말 히스기야 왕의 기도처럼 하나님과 일대일로 대면하는 비장한 마음의 기도를 하는 게 옳을 수 있을텐데 이건 뭐 남에게 말하기도 쑥스러울만큼 별 것 아닌 일에도 불평반 짜증반 은근히 하나님께 책임을 돌리는 듯한 엄청 야비한 내 모습을 보기도 한다.

아티스트에게 있어서 자기의 것에 대한 열정이 모든 어려움을 뚫고 갈 에너지가 된다는 말을 앞서 했는데 그러면 CCM 아티스트에게는 어떠한가. 그게 말이지 당연히 이 영광스러운 하나님의 일, 죽어야할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셔서 살게 하시고 새로운 삶의 부르심으로 자신이 가진 은사를 따라 노래하도록 부르셨다면 자기 자신의 열정을 훨씬 더 능가하는 에너지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CCM 아티스트도 사역말고 차라리 자기 자신을 위한 음악을 추구하면 더욱 열심히 최선을 다해 해 나갈 것 같은 이 어긋난 이론에 더 납득이 가는 건 어떤 이유일까. 지금 CCM 필드에 이런 저런 문제가 많다고 하며 'CCM이 안될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근거들'을 많이들 말하지만 그 엄청나게 단단한 바윗돌을 뚫고 기어이 꽃을 피워내고 마는 CCM계의 장기하, 오지은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지나친 일일까. 우리는 어떻게든 스스로 이 상황을 타계해 나가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기보다 교회의 문제, 크리스찬들의 문제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하기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최소한 자의식으로 뭉쳐진 일반 뮤지션의 의지력 정도라도 유지해보자. 음악 안에 담겨진 가치를 온전히 보전하고 소수의 사람들과 만이라도 좋은 소통을 세워갈 수 있다면 만족해할 수 있는 의지력말이다. 메이져급의 환영은 -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좋겠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런 일은 아예 없을 거라 각오를 하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의 가치 안에 나 자신을 던져넣어 '이렇게 살아가는 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 누구보다도 우리에게 어울리는 모습이 아닐까. 외로워 말고 힘을 내시라. 최소한 이 땅의 씨씨에머들은 그런 여러분들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을테니 끝까지 힘을 잃지 말라고 크게 외치고 싶다.

 
 
박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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